옆집사는 남자이야기 2
옆집사는 남자이야기 2
일상에 자극이 필요하던 나에게 옆집에 신음소리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밤이면 밤마다 소리가 들려오고, 그때면 내 몸도 점점 뜨거워진다.
자세히 들어 보면 야동을 보는 것 같다. 기모찌나, 다스케데, 이따이, 일본어가 들려오는 걸 보면.
옆집 남자는 정력이 좋은 건지 밤마다 야동을 보면서 자위를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심각한 변태이던가.
며칠 전부터 계속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자위를 하고 있는 나 자신.
클리토리스를 사부작사부작 만지면서 소리에 집중할수록 옆집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 옆집 남자도 자위를 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야동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벌써 끝나 버린 걸까?
조금만 더 틀어 주지. 조금만 더하면 나 역시 느낄 수 있었는데.
여기서 그만두기 싫다.
손가락을 구멍에 안에 넣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일수록 애액이 넘쳐 흐른다.
"아."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손가락 보다는 남자의 자지가 좋지만, 지금의 나에게 남자도 없고 그럴만한 대용품도 없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손가락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무언가 더 강한 자극이 나에게 와 줬으면 좋으련만.
점점 그럴수록 화가 난다.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야동을 꺼버린 옆집 남자가 야속하기만 하다.
얼마나 열을 받던지 발바닥으로 벽을 차버렸다.
그것에 반응하는 것일까?
다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귀가 솔깃하면서 흥분이 배가 된다.
드디어 절정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에 손가락을 깊게 넣고 휘저어 본다.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일어나 귀를 벽에 대고 다리 하나를 티브이 다이에 올려놓고 자위하면서 그 소리에 집중한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오르가즘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또다시 멈춰버린 신음 소리.
짜증 난다.
씨발놈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혹시 다시 들려올지 모르니 귀를 벽면에 붙이고 기다려 본다.
어? 근데 이건?
남자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이건 남자가 자위를 하는 소리다.
그렇게 판단이 되자 남자의 자위하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보는 것이라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느낌이 든다.
남자의 신음 소리가 이렇게 가까이 들려오니 나 역시 미치겠다.
식지 않은 흥분이 날 더 미치게 만든다
"아.."
나의 신음 소리가 힘이 된 것일까? 남자의 신음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일까?
생각하니 더 미치겠다.
점점 수위가 올라갈수록 신음 소리는 더욱더 또렷하게 들려온다.
이 남자의 신음 소리가 애간장을 태운다. 나 역시 이제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손가락이 움직일수록 신음 소리가 커지고 이 남자가 듣고 있단 생각에 애액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리 사이로 흘러내린다.
남자의 신음소리가 이렇게 섹시한지 처음 알았다.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고, 지금 이 남자가 나와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온몸이 흔들릴 정도로 자극이 심하다.
이제 곧 난 내가 원하는 절정을 맛볼 것이다.
팔이 아플 정도로 힘들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아! 조금만 더. 그래. 그렇게 조금만 더. 해 버릴 거야!"
소리를 너무 크게 지른 것 같다.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낸 것이다.
부끄럽다. 이 남자도 들었을 것인데, 그래도 이 느낌이 좋아 빠져 버릴 것 같다.
이 남자의 신음 소리 날 미치게 만든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지만, 기분은 좋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퇴근 시간, 그 남자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다.
이 남자가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진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안절부절못하는 게 귀엽다.
나도 창피한데 이 남자도 창피하겠지. 바닥만 내려다보게 만드는 이 순간이 싫다.
그저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잠깐이면 이 순간이 지나가겠지.
엘리베이터가 1층에 정지하고 3층을 누르는 손이 떨려온다.
이제 방법은 없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3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내가 먼저 내려고 그가 따라온다.
겁이 난다, 이 남자가 날 덮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서둘러 번호 키를 누른다.
그 남자 역시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너무 지나쳤나?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남자의 모습이 보고 싶다.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을 바라보았을 때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근데 왜일까? 내가 눈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이 남자를 바라본다.
그 또한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 남자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눈과 코와 입 얼굴 형태까지.
그렇게 잠깐 우리는 얼굴을 확인한 것이다.
서둘러 집안에 들어오지만, 가슴이 마구 뜬다. 휴. 내가 무슨 짓을.
아 씨. 쪽팔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얼굴이 또렷하다.
만약 그가 날 싫어한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지금처럼 스트레스가 쌓이면 발로 벽을 차면서 그와 같이 자위하는 방법 외에는.
한창 자위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미치겠다. 지금 전화하는 사람은 그 새끼뿐일 것이다.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정이 있는지라 전화를 받는다.
발신 제한 번호 표시다.
미친놈.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냥 받을 텐데 웬 발신 제한으로......
"여보세요!"
이 목소리 누구지? 그 새끼가 아니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별 희한한 놈이네. 근데 누구지? 그러고는 전화를 끊어 버린다.
기분이 잡친다. 그냥 자 버려야겠다
며칠 후 또 발신 제한으로 전화가 온다. 받지 말까 하다가 받아 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며칠 전 그놈이다. 짜증이 밀려온다. 목소리로 들으면 성인인데 그렇게 할 짓이 없나?
욕을 하고 싶지만 무슨 말 하는지 듣고 싶은 것은 왜일까?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누군데 전화하셨죠? 절 아세요? 알지 못하면 전화하지 마세요."
"제가 그쪽을 알고 있다면 전화해도 된다는 겁니까?"
미친놈. 네가 날 어떻게 알고 있는데 아는 척이야. 화가 난다.
무시하듯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다음 날 또 발신 제한으로 전화가 온다.
욕이라도 해주려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제 전화한 놈입니다. 당신을 알고 있다면 전화 받아주실 겁니까?"
진짜 어이없다. 이 자식이 진짜 날 알고 있는 거야 뭐야?
말하기도 싫고 이제 무섭기도 하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있지?
우선 그게 더 궁금하다 날 어떻게 알고 있는지.
"대답해 주세요. 알고 있다면 전화 통화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절 아시죠?"
잠깐 정적이 흐른다. 거봐 알지도 못하니 간 말도 제대로 못 하지.
더 이상 상대해 줘야 나에게 장난만 칠 것이다. 내가 한심하다.
"저에게 말할 시간을 주세요. 지금 당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주세요."
이 남자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매너가 좋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수줍어하면서도 말하는 게 나에게 피해 줄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 손해가 되지 않는다면 전화 정도야 상관없겠지.
"네. 결정 나시면 다시 전화해 주세요."
나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지금 내가 이 남자를 허락한 것 아닌가?
왠지 무섭기도 하고 웃음이 나온다. 후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아이들 중간고사 때문에 문제 출제도 하고 특강에, 하루가 24시간 아닌 48시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하루가 너무 힘들게 지나간다.
어느 정도 중간고사를 마무리 짓고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인데? 누구지? 학부모인가?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누구시죠?"
"며칠 전 전화 한 놈입니다. 생각 정리되면 전화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기억하시나요?"
헉!! 진짜 전화할 줄을 생각도 못 했는데 전화가 와버렸다.
어떻게 대답할까? 그래도 기분은 좋아. 후후.
간만에 기분 전환 삼아 이 사람 말을 들어본다.
"네.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건 힘들 것 같은데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만나야 한다는 건 위험 한 것 같은데요."
"그래요. 그럼 통화하면서 알아가죠?"
어이없다. 정말 무엇을 알아가는데 미친 것 아니야?
확! 욕이라도 해 주고 싶지만 참는다.
"왜 제가 당신을 알아가야 하죠? 이만 끊을게요."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전 당신을 알아갔으면 합니다. 어릴 적 폰팅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폰팅이라 예전에 많이 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인가? 폰팅으로 알고 지내던 오빠까지 떠오르고.
한번 해본다고 내가 손해 보는 것도 없고 예전 생각하면서 한번 해보는 것 또한 좋을 것 같다.
"네? 그럼 말해 보세요."
진짜 재미없다 정치, 사회, 웃음기라고는 하나도 없고 지겹다.
더 이상 상대해 봐야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전화를 끊어야겠다.
내 느낌이 이상했나? 갑자기 이 사람의 한마디!
"전 밤이 무서워요. 혼자 사는 놈이라 자다가 죽을지도 모르지요. 심장 마비도 가능하고......
에고. 죽을 때 죽더라도 여자랑 한 이불에서 죽고 싶은데, 아. 어디 그럴 만한 여자가 없나?"
이것 봐라. 날 작업하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데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신기하지.
재미도 없고 자기 말만 신나서 하는데. 작업 멘트 하나 정도는 날리는 센스 정도는 있어야지.
아무것도 없는 이 남자 불쌍하다.
"혼자세요? 여자친구 없어요?"
"네. 없습니다. 여자친구 소개해 주실래요? 아니면 직접 여자친구 해 주세요."
웃음이 나온다. 진짜 별난 사람이네.
지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어이가 없다.
내가 무슨 연예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람.
"남자 친구 있으세요?"
"없는데요."
"그럼 밤이 외롭지 않아요? 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무슨 생각을요?"
"꼭 안아주고 싶고 뽀뽀도 해주고 싶고, 거시기 뭐야. 더 좋은 것도 해주고 싶어요."
이 말을 듣고 있으니 내 신세가 처량하다.
있었던 놈이라고는 변태 같은 놈이고 지금은 혼자가 아닌가.
처량한 내 신세.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어요."
나도 모르게 진심이 나와 버렸다.
창피해. 이건 아닌데 정말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야.
어떻게 이 순간을 모면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날 진짜 쉬운 여자라고 생각할 거야. 미치겠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데, 저는 안 될까요?"
이 무슨 황당시츄레이션.
벌써 날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거 봐 짜증 난다.
개새끼. 확 죽여 버리고 싶다. 날 뭐로 보고.
"싫어요."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저 그렇게 나쁜 놈 아닙니다."
"저 피곤해요. 이제 자야 할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열 받아! 짜증 나. 개 후레자식!
재미도 없는데 왜 지랄이야!
며칠 전인가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 파란 네온으로 된 전화번호가 확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 많이 보던 전화번호인데.......
어디서 봤을까? 핸드폰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전화 통화하던 그 남자다.
순간, 아차. 이차는 옆집 남자 차인데.
운전하는 것도 보았고 내리는 모습까지 보았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 남자가 바로 옆집 남자라니 무섭다. 이 남자 조심해야겠어.
하지만 무엇일까? 이 기분.
옆집 남자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야릇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중간고사 대비 특강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꼭 중요할 때만 전화가 온다. 옆집 남자다. 어떻게 하지.
수업 중이라 안 받을 수도 없고 급하게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네. 제가 수업 중이라 나중에 다시 전화 주세요."
급하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
지금 그럴 시간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수업에만 열중하자.
주말인데도 퇴근을 7시쯤 한 것 같다.
중간고사여 빨리 지나가라.
전화벨이 울린다. 분명 옆집 남자일 것이다. 어떻게 할까?
받지 말아야 할지 받아야 할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는 받는다.
"안녕하세요".
"네. 아까 제가 수업 중이라."
"무슨 강사 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학원에서 과학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과학은 젠뱅이라 물어볼 게 없네요.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스트레스 많이 받겠어요.
"잘하는 애들은 준비할 게 많아서 많이 신경 쓰이네요. 다른 반 애들은 그저 그렇고요."
"그러면 목도 뻐근하고 어깨도 많이 뭉치겠어요. 제가 한 마사지 하는데 해 드리고 싶네요."
소름이 돋는다. 어쩌면 이렇게 능청스럽게 말 할 수 있지?
난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한마디 한마디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마음은 포근함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날 많이 위로해 주는 것 같고 기대고 싶다.
이게 이 사람만의 매력인가?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재주는 있네. 흐흐흐흐
"됐습니다. 사양할게요."
"갑자기 시원한 맥주에 치킨을 먹고 싶네요. 소주도 좋고.
"저도 치킨은 좋아해요."
"제가 한번 쏠까요? 이것도 인연이라고 이제 통화도 자주 하는데. 혹 집 근처 맛있는 집 있으면 제가 찾아가죠."
"집이 어딘데요?"
이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다.
바로 옆집인 걸 알면서 물어보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내가 지금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나야 하나? 아니면 모든 걸 말하고 전화하지 말라고 말해야 할까?
"저 OO시 삽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가증스럽다. 내가 어디 사는 것도 알고 있고
저 연기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연스럽게 저렇게 말하는 게 한두 번 한 것 같지 않다. 정말 선수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저도 OO시 사는데."
"그럼 잘 되네요. 맛집 있으면 말해 주세요. 제가 찾아가 볼게요."
"그게 가능할까요?"
"그럼 혼자 말고 다른 분이랑 같이 오세요. 저도 친구랑 나갈게요."
승낙해 버렸다. 어쩌면 좋아. 나도 모르게 이 사람에 말에 동의해 버렸다.
후회가 밀려오고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걸 말해 버린 지금 답답하다.
"네네!! 편하실 대로 하세요."
"그럼 1시간 뒤에 00집으로 오세요. 이 동네에서 맛있는 치킨집입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난 진짜 이 남자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한 것은 아닌데 후회스러운 이유가 뭘까?
나가지 말까? 어떻게 하지?
그래 우선 약속은 했으니 나가 봐야겠다. 서둘러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옆집 남자가 보인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기분.
먼저 가서 기다리지 왜 같이 가는 거야. 짜증이 난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만두고 그냥 갈까?
우선 창피한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이 남자 전화다
아무 대답이 없이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미친것이 아닌가? 내가 무슨 짓을.
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가슴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안녕하세요?"
"네."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의 발걸음 소리에 맞춰 천천히 걸어가고 저 멀리 목적지가 보인다.
들어와 머뭇거리는 남자를 보고 구석 자리로 먼저 앉아버렸다.
치킨 한 마리에 맥주 두 잔.
아무 말도 안 하고 술만 마시는 이 남자.
순진한 것인지 내숭인지 몰라도 이런 모습 귀엽다.
"놀라셨죠? 제가 좀 엉큼합니다. 하하하. 잔만 만지고 계시는데 한잔 드세요. 참, 친구분 오시나요? 많이 어색해서."
"못 온다네요. 저도 소주 한 잔 주세요."
"사실 저 알고 있었어요."
"무엇을 말 입니까?"
"전화번호요. 며칠 전인가 밤에 차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를 보았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데. 숫자판이 파란색 네온 글자라 눈에 확 들어와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그 차를 타고 가시는 것도 보았고요.
내 말을 듣고 창백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심했나?
아무 말 없이 소주를 마시는 그에게 소주를 따라준다.
이걸로 끝이구나. 더 이상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의 장난은 싫다.
"그랬군요. 미안합니다. 제가 나쁜 놈이네요. 이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게요.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우린 그렇게 말없이 소주를 마신다.
이제 둘 다 취기가 오른 것인가 말이 술술 나온다.
"근데 오늘 왜 허락하신 거죠?"
"치킨 먹고 싶어서요. 후후"
내가 말하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역시 술에 힘은 대단하다.
이 남자 웃는 모습이 귀엽다. 마음 같아서는 안아주고 싶지만, 여자가 먼저 다가가는 것은 모양새가 빠진다.
정말 순진한 사람 같은데 어떻게 전화했지? 의문점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