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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금단의 대화

totogun 0 33

금단의 대화 

 

금단의 대화

 

목적에 대한 의구심과 실현 후 다가올 상황에 대한 불안함으로 가득찼지만, 최면에라도 걸린 듯 저질러 버렸다. 이윽고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섹스할 때 종종 내게 묻곤 했잖아. 하고 싶은거 있어? 가령 판타지나 로망 뭐 이런거? 라고.

 

어렵사리 꺼낸 내 본심에 화낼 겨를도 없이 혼란스러워 하는 아내에게 곧장 사과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비밀을 만천하에 들킨 느낌이랄까. 그렇게 스스로를 한심해하며 자책하던 내게 돌아온 아내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렇게 꿈꿔온 일인데, 그렇게 상상하던 일이었는데. 기다리던 아내의 승낙에 정작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없었다. 크게 기쁘지도 않았다. 되려 정말 괜찮냐고 수 차례 되묻곤 했다. 믿기지 않아서, 꿈꾸던 판타지, 로망이 현실이 된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질 않아서.

 

내 것. 내 여자 그리고 내 아내이자 내 아이의 맘. 삼십 대 중반을 넘기 시작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동안의 외모, 출산 후 육아에 힘쓰느라 회사를 그만 두긴 했지만, 번듯한 직장에 높은 지위, 적잖은 연봉을 받던 유능한 재원이었던 아내. 이런 내 아내를, 내 아내의 보지를 나 아닌 타인의 자지가 유린할거란 상상은 이내 날 뜨겁게 했다.

 

사실 두려웠다. 앞서 로망을 실현해 즐긴다는 그들처럼 능숙할 수 없었다. 무엇을 고려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없기에 불안했다. 그 불안함과 욕심 사이에서 고뇌하다 그에게 쪽찌를 보냈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매 그리고 훌륭한 물건을 자랑하는 젊은 그들을 뒤로 한 채, 중년을 넘어 노년에 가까운 나이, 반 쯤 벗겨진 이마 그리고 뚱뚱하고 키 작은 그에게.

 

그렇게 시작된 그와의 대화. 그는 대화를 리드했다. 그가 원하던대로 내 성향을 고백했다. 아내가 승낙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그와의 대화는 순식간에 서로의 목적을 향해 점차 노골적으로 진행되었고, 결국 나는 그에게 아내의 은밀한 사진과 동영상을 바치게까지 되었다.

 

젖이 좋네요.

뒤에서 박아주고 싶네요.

사까시가 능숙하네요. 얼른 빨리고 싶은데요, 허허.

 

그로부터 마치 물건 평가하듯 아내를 평가하는 답장을 확인할 때 마다 미칠듯한 황홀경에 빠졌고, 아내의 승낙에도 불구하고 반신반의 하며 머뭇거리던 나 자신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래, 내 아내를 가져, 아니 가져줘...당신이 원하는 모든걸 해보라고. 그걸 보고싶다고. 이 패배감, 이 무기력함을 쾌락으로 치환해줘,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울부짖게 되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수 없이 꿈꿔오던 판타지가 현실로 다가온 그 날. 기분은 뭐랄까, 덤덤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이게 정말 현실인지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내 일인지...실감나질 않았다.

 

아내는 예뻤다. 진하되 과하지 않은 화장과 평소 즐겨 입지 않던 치마정장에 하이힐까지 신었다. 기념일에나 볼 수 있을법한 아내의 모습에 놀랐다. 예쁘다 정말...사랑스럽다는 감정과 함께 이런 아내를 실제로는 본 적도 없는 이에게 바친다는 감정이 뒤섞여 기분이 묘했고 이내 발기했다.

 

약속한 장소 약속한 시간에 그가 우리에게로 왔다. 모니터로만 보아 오던 그를 실제로 마주했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자신에게 실망할 틈 조차 주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인사 따위의 형식적인 대화부터 지금 모텔 문을 여는 이 순간까지 그는 쉼 없이 떠들었다.

 

음흉한 눈초리로 그가 말했다.

 

그럼 샤워부터 할까요?

 

하나 둘 계단을 오르듯 진행될 줄 알았는데, 단숨에 그는 섹스를 요구했다. 불편한 표정의 아내와 입맛 다시는 그의 얼굴이 대조적이다. 그런데 도통 알 수가 없다. 평소의 아내라면, 내키지 않다면 아니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큰소리치며 거절할 수 있을텐데도 그저 고개를 떨군 채로 끄덕일 뿐이다. 정말 실현되는구나...

 

샤워를 마친 아내는 타월을 걸친 채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내 그는 샤워실로 향했고, 나와 아내는 마주보고 있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알몸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타구니엔 털이 수북했고, 가슴에도 적잖은 털이 나 있었다. 배가 많이 나와 그리 보였던건지 모르겠지만, 발기했음에도 자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아내 옆으로 자리한 그는 날 슥 쳐다본 후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절정의 쾌락을 너희 부부에게 선사할테니 넌 그저 지켜만 보라구.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잠시 대화가 이어지는 듯 싶더니, 어느새 아내를 감싸던 타월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정신이 멍해졌다.

 

고개를 돌렸다. 거울 속 일그러진 내 표정 아래 금방이라도 터질 듯 쿠퍼액을 뿜으며 꿈틀거리는 내 자지. 이내 시선을 돌려 마치 제물처럼 바쳐진 아내와, 먹잇감에 흥분해 침 흘리는 짐승같은 그를 바라본다. 자존심일까 수치심일까. 침대 시트를 꾹 움켜진 손 그리고 애써 수동적이나 결국 그의 요구대로 움직여주는 아내의 나신. 아내와 나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내 아내를 지키기는 커녕 바치고야 말았다는 좌절에서 오는 쾌락에 못이겨 자지를 흔드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나를 위함이라는 변명 안에서 나 아닌 다른 사내의 자지를 받을 준비가 되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

 

현기증이 날 만큼의 미칠듯한 쾌락이 상상이 아닌 현실임을 일깨워주는 소리가 그와 아내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나왔다.

 

하아...흡...

아...

 

수도 없이 그려온 이미지가 막상 내 눈 앞에 펼쳐지니, 현실감이 사라졌다.

 

탁...탁...철썩

 

맨 살과 맨 살이 부딪히는 소리 아니 그의 사타구니가 아내의 둔덕을 사정없이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내는 내게 그러했듯 그에게도 여자가 되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묻힐 만큼 아내의 신음소리가 비명처럼 내 귀에 꽂혀왔고, 아내의 갸날픈 두 팔이 그의 목을, 아내의 가늘고 긴 다리가 볼품없이 살이 늘어진 그의 허리를 감쌀 때, 나는 사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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